삼남매중 첫째인 중학교 2학년 여학생입니다.솔직히 아직 우울증까진 아닌 것 같기는 한데, 그냥 사는게 귀찮아요. 의욕이 없다는 느낌? 아니면 그냥 제가 사춘기라서 모든게 다 짜증나고 귀찮게 느껴지는걸지도 모르겠긴 한데.. 저는 자기객관화는 잘 되는 편인데 자존감이 낮고요, 완벽주의 성향이 좀 있습니다 (아무래도 ‘첫째’라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좀 느까는 편입니다.) 근데 또 귀차니즘 심해서 노력은 잘 안합니다. 그래놓고 마음다로 잘 안되면 무진장 스트레스 받습니다. 이성적으로 행동하려고, 대화로 해결하려고 해도 자꾸만 눈물부터 먼저 나옵니다. 특히 부모님과 대화할 때요. 작은 실수도 너무 크게 느껴집니다. 점점 진짜 모습이 아니라 무슨 페르소나마냥 연기 같은걸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한마디로 거의 모든 상황에서 조금씩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습니다… 와중에 이걸 다른 누구한테 다 털어놓기도 꺼려집니다. 제가 괜히 그 사람한테 화풀이 할까 두려워서요.근데 부모님한테 속상했던게 제일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두 분 모두 정말 좋은 분들이세요. 딱히 억지로 학원에 등록시키지도 않고, 시험 점수 50점 이하로 떨어져도 뭐라 하지는 않으시는데, 그런데도 자주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두 분 다 갱년기(…)셔서 그런지 좀 예민하신데, 일단 저희 아빠같은 경우에는 뭐만 하면 잘 삐지십니다. 그리고 맨날 누워있으니까 살이 찌는거다, 좀 일어나서 움직여라.. 이러시는데, 제 몸무게는 평균 체중이고, 제가 침대에 드러누워있는걸 좋아하긴 하지만 운동도 다니고 있습니다. 근데 가끔만 그러시는것도 어니고 퇴근하시고 저를 볼 때마다 맨날 저런말을 툭툭 던지고 가십니다. 그리고 엄마는 평소에는 되게 활기차고 명랑하신 분인데, 피곤하시거나 신경이 돋아있으실 때는 저랑 제 동생들한테 화살이 날아옵니다. 약간.. 제가 감정 쓰레기통이 된 것 같이 느껴져요. 작은 것에도 트집잡고… 그런 느낌. 물론 쓴 수건 왜 빨래 바구니에 안 갖다놓냐, 처럼 타당한 잔소리기는 한데, 이게 계속 반복되니까.. 그리고 사실.. 엄마랑 아빠 두 분 성향이 잘 안맞아요. 저를 임신하신 걸 계기로 결혼하셨어서.. 엄마가 저 출산했는데 아빠가 옆에 없었어서 많이 서운하셨고 그게 지금까지도 이어져서 뭔가… 좀 서먹하신 것 같달까.. 근데 문제는 두 분이 서운하거나 서로에게 기분나빴거나 상처받았던 일을 저한테 푼다는거에요. 아니, 듣기 싫은데 왜 자꾸 말씀하시는건지 모르겠어요. 그냥 두 분이서 속상하셨던거 대화하고 끝내면 될걸 왜 저한테 말하면서 스트레스받게 하는지. 이게 진짜 많이 힘들어요. 이건 제가 첫째라서 그런가봐요. ‘아빠가 ~했는데 그것좀 하지 말라고 전하주면 안돼겠냐‘, ‘엄마가 ~했는데 진짜 너무 답답하고 짜증난다‘ 이러시는데 진짜 제발 저한테 그것들을 말하는게 아니라 서로 대화로 풀면 좋겠어요. 너무 스트레스받아요. 내가 무슨 우체부도 아니고 사자도 아닌데 왜 두 분의 말을 전달해드려야 하는걸까요. 그리고 전달해줘도 ’아니 그러면 내가 뭘 어쩌라는건데’ 하고 혼자 투덜거리시는데 그러게요 제가 진짜 뭘 어째야 할까요. 그걸 저한테 물어 뭐하나요. 그치만 부모님이시니까, 라는 생각으로 막 소리지르거나 대들거나 한 적은 없어요. 애초에 얘기하려고만 하면 눈물부터 주륵 나와서 답답하게 만들텐데 굳이? 그리고 예의에 어긋나잖아요 그건. 평소에도 자주.. 반말 쓰고 무시하고 그러기는 하는데 짜증내면 그건 너무 아니다 싶어서 마음속에 꾹꾹 담아두고만 있습니다.이 외에도 진짜 서운했던게 많기는 한데 일단 넘기고요.이런 식으로 해서 기분이 맨날 오락가락합니다. 근데 우울할 따는 진짜 와… 죽고싶다도 아니고 차라리 태어나질 말걸 이 생각도 들어요. 심장쪽에 이상이 있게 태어나서 어릴 때부터 맨날 병원갔는데 그러면 진료비도 엄청 들었을거고.. 부모님한테 빚진게 엄청나게 많은데 지금은 싸가지없는 첫째일 뿐이고. 이럴거면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어야지 부모님 힘들게하질 말았어야지 지금까지 업어키우고 나한테 쓴 돈이 얼마인데..((라는 사고회로를 거쳐 자꾸만 ‘아 태어나질 말걸’, ‘아니면 그냥 태어나고 나서 괜히 돈 많이 안 쓰시게 빨리 죽기라도 할걸’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만으로 불효녀죠.그래서 뭔가.. 점점 삶에 의욕이 없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혹시 우울증인가, 싶기도 했고, 이걸 해결하려면 심리상담같은걸 받아봐야 하나, 라는 생각에 올려봅니다:)